아침이 밝았다. 아내 분이 해주신 떡볶이와 생생 가락국수를 먹고 우리는 어제 다녀온 북카페 가까이에 가기로 했다.
오늘은 책을 많이 읽기로 한 날이어서 이곳에서 오래 있어 볼 요량으로 재방문했다. 그렇게 우리는 북카페 가까이에 도착했다. 사장님이 날 보더니
'어제 구글에 리뷰 올리셨죠?'
'헉 보셨어요?'
'어제 오랜만에 봤는데 올리셨더라고요 '
' ㅋㅋ 넵 '
'감동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네 저야 말로 어제 너무 좋았습니다.'
훈훈하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차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나름 한산한 분위기였다 (실제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역시나 창문 앞에는 전깃줄과 전깃줄 위에 앉아서 쉬고 있는 제비와 그 옆에 참새들 그리고 그 앞에 널려 있는 암석들 그리고 또 그 앞에는 바닷가와 어선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조용한 카페의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그렇게 우리는 책을 읽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방문을 했다 1층에서부터 시끄러운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저씨 세분이었다. (말투를 보니 제주도분이신 거 같다) 그분들의 바로 뒤를 이어 애기가 있는 한 가족이 같이 올라왔다. 나는 불안감을 느꼈다. 역시나 슬픈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아저씨들이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목소리가 아주 크지는 않아서 견딜만했고 뒤늦게 오신 가족분들은 의외로 조용해서 놀랬다.
그렇게 얼마간에 시간이 흘렀을까 어떤 아저씨 한분이 홀로 오셨다. 중년의 남성이었는데 홀로 오시더니 큰소리로 전화를 하고는 조용하길래 뒤를 돌아보니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독서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이 아저씨가 갑자기 우리 옆 자리로 오더니 노트북을 펼쳐서 타이핑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다.. 노트북 키보드 구조가 기계식인지 타이핑을 하는데 옛날 타자기 소리 정도로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 촥촥촥 촥촥촥..
나는 직감했다 머지않아 우리는 나가야 된다는 것을.. 살짝 살펴보니 이 분은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쯤 되어 보이는데 자기는 이어폰을 끼고 주위 사람에게는 타이핑 소리로 고막 테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참다가 살짝 올라와서 아내분께
'뭐라고 한마디 할까?'
'그냥 우리가 나가자'
'블로그에 또 땔감이 생겼네'
'읽는 사람들이 프로 불편러라고 하는 거 아니야?'
'책 제목이 생각난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고 네가 너무한 거야'
'아 맞네 저분이 너무한 게 맞지'
그렇게 우리는 또 도망 나왔다... 이런 몰상식하고 예의 없는 사람은 서울이나 제주나 전국 각지 도처에 널려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우리는 어차피 밥을 먹으러 집으로 갈 시간도 되었고 해서 예상했더 시간보다는 조금 더 빨리 숙소로 이동했다. 이제는 짜증도 나질 않는다.. 분명히 주변에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렇게 남생 각 안 하고 민폐를 주는 사람들의 뇌는 어떻게 생겼나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다..
나는 아내분께 밥을 먹고 지난번에 무료주차장 옆에 있는 그곳에 놀러 가 보자(유화당) 거기 오후 9시까지 한다니까 가서 책 좀 읽고 오자고 얘기했고 우리는 집에서 아내분께서 해주신 밥을 먹고 유화당으로 이동했다.
유화당은 우리 숙소에서 매우 가까워서(이중섭거리 쪽) 걸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사장님과 인사를 하고 커피 주문을 한 후에 책 추천을 해주신다고 하여 추천을 받아보려 했는데 와 사장님 내공이 정말 느껴졌다. 나도 올해 91권을 읽었고 1년에 약 100권 정도씩은 3년 정도 읽고 있어 나름 책 좀 읽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 사장님과 말을 나누고 나서는 절로 숙연해지고 겸손해졌다. 나는 책을 읽은 축에도 못 끼는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께서 책을 읽는 스타일은 어떤 한 주제의 레퍼런스 격인 책을 먼저 읽고 그 분야를 심도 깊게 탐색하시는 스타일이 신거 같다. 그리고 작가 위주의 독서를 하시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나의 독서 스타일은 신간 위주로 닥치는 대로 읽는(특히 실용서 위주) 스타일이라 그 깊이에서 엄청난 차이를 느꼈다.
사장님께서 약 30분가량을 책을 추천해주셨고 나는 그중에 사장님께 알려주신 책들 중에 꼭 읽었으면 하는 책 2권을 추천해달라고 재차 문의했고 아내분께서도 약간의 책 추천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총 4권의 책 아내분은 총 2권의 책을 구매했고 책값만 10만 원을 지불했다. 그래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았다.
이곳 유화당은 네이버 검색상 오후 9시까지 한다고 했는데 8시 50분경에 손님이 오셨다. 단골손님이신 거 같다 그렇게 사장님 그리고 우리 부부 그리고 혼자 오신 어떤 여성분 이렇게 넷이서 있는데 내가 그 여성분께 인사를 드렸고 그렇게 우리는 약간의 대화를 시작했다. 좀 전에 있었던 일들을 그 여성 분하고 나눴는데 역시나 나와 생각이 비슷하셨다.
이 여성분께서도 제주도에서 카페를 하나 운영하고 계신다고 하셨고 대화를 하는데 왠지 모를 내공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께서 이 여성분이 나가신 후 말씀해주셨다. 1년에 몇백 권씩 책을 읽는 분이시고 집에 책도 3000여 권 가량 가지고 계시다고 하신다.
그렇게 내공이 높으신 분들과 나름 고군분투하며 대화를 나누고 정신을 차려보니 9시 30분이 지나 10시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장님하고 대화를 나눴고 나는 많은 통찰을 얻고 사장님과 헤어지기 직전에 제주도 부동산에 대해 여쭈어 봤는데 여기서 또 어떤 정보를 얻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을 또 기약하며 헤어졌고.
나는 며칠 전에 아내분께서 해주신 샌드위치가 생각나서 먹고 싶다고 전했고 아내분께서는 그러면 파리바게트를 가자고 하여 근처에 밤 0시까지 영업을 하는 파리바게트가 있어 거기로 이동을 했다. 식빵 하나를 사고 숙소로 돌아오다 숙소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치즈를 구매하고 그렇게 숙소로 들어왔다.
우리는 숙소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유튜브 영상을 조금 보다가 내일을 기약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유화당에서 사장님이 알려주신 주소지로 들려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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