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까지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겨우 잠에 들었다. (잠자는 시간이 가장 아까운 1인이다) 그렇게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나와 아내는 일어났고 오늘은 비가 오지 않으면 찐 제주도를 경험하기 위해 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그렇게 미리 해놓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적당한 반찬들과(버섯볶음, 김, 소시지볶음 , 김치) 적당하게 섭취를 하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서울에 있을 때는 잘 몰랐으나 제주도에 살다 보니 자연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매일매일 알아가는 거 같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해치고서 서울도 만들고 경기도도 만들고 제주시도 만들고 인류가 살아가기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자연 기준으로 그건 재앙이나 다름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크게 들어 이미 파괴된 자연이 아쉽기만 하다..
우리는 이승악(이승이) 오름으로 이동했다 서귀포에서 가깝고 지난 1월에는 입구까지 갔으나 폭설로 인해 돌아갔던 적이 있던 곳이다.
이미 주차장까지는 가서 길을 빠삭하게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으나 역시 사람의 기억은 길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입구를 못 찾겠어서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데로 이동했다 그렇게 이승악오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둘레길 코스로 걷기로 했다 이승악오름의 둘레길로 결정한 이유는 이곳에 삼나무 포토스폿이 있어서다 나는 사진을 찍는 건 크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가 삼나무를 너무 좋아해서 꼭 그곳을 보려 함이었다.
제주도의 땅은 흙으로 이루어진 땅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나무들이 돌을 움켜쥐고 자라난다.(정말 좋지 못한 환경에서도 이렇게 자라는 나무를 보면 사람은 아니지만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많지 않은 정보를 들고 우리는 입구로 들어섰다 앞에 어떤 여자분께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준비 중이신 게 보여서 나는 얼른 가서 강아지도 구경하고(동물을 좋아라 한다) 견주님께 길도 여쭈어봤다 그렇게 알려주신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입고서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왜냐하면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은 햇빛이 거의 안 들어왔다 이유는 나무가 태양을 가려줬기 때문에 한여름인데도 시원해서 너무 좋았다 물론 그래도 여름이라 땀은 계속 흘렀지만 움직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이었다 게다가 빽빽한 나무들이 향긋한 냄새를 풍겼고 사람마저 적어서 이 숲길을 우리가 전세 낸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 정도 지나 우리는 삼나무 숲에 도착했다 쭉쭉 뻗은 키가 아주 큰 나무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정말 절경이었다 어쩜 저렇게 길게 뻗었을까 나는 경이로웠다. 그리고 이것이 제주의 맛이라고 생각했다 바다보다 오름이나 숲 말이다
그렇게 삼나무 숲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우리는 한라산 둘레길이라고 하는 길로 계속 이동했다 그렇게 또 얼마나 갔을까 좌우로 갈림길이 나왔다 지도를 보니 왼쪽으로 가면 C코스 오른쪽은 막다른 길인 걸로 보인다 나는 아내를 어느 정도 설득하여 C코스로 돌기로 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유튜브로 정보를 검색한 결과 C코스가 길이 좀 험하다는 말이 있어서 아내분께서 약간 망설이길래 재차 설득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이 쪽 길로 가는 사람은 우리가 본 이후로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좋았다 약간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니 이름 모를 나무들로 빽빽한 곳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나는 계속 우와 우와를 연발하게 되었다. 정말 황홀한 시간이 지나 나는 어느 정도 걷고 나서부터는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이 런 좋은 곳을 걸을 시간이 줄어드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중간중간 이정표를 봐도 도저히 이승악오름 정상이 어딘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하게 타협을 했다. (다음에 한번 다시 와서 그때는 정상에 올라가자) 그렇게 타협을 하고 나머지 코스길을 걸었다 가는 길에 어느 트레킹 하는 노부부님들하고 말을 섞었는데 이 아버님께서 굉장히 화가 나 계셨다 '개 노 무시 키들이 지도를 이따위로 만들어서 사람을 고생시켜!'라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적당히 받아주고는 헤어졌다. 우리는 이쯤에서 한라산 노루라고 불리는 노루를 3마리나 조우하였다 영상을 못 찍은 게 한이 된다.ㅠㅠ
이승악 둘레길은 내가 봤을 때 우리들만의 은밀한 비밀의 숲 같았다. 안덕면인가에 안돌오름 옆에 비밀의 숲은 사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 비밀의 숲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게 이승악 오름은 오르지 못하고 이승악 오름의 둘레길을 완주했다 대략 거리는 5.1킬로 정도 걸었다. 정말 제주도에 와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다. 오름을 오르지 못해 이곳의 평가는 추후에 하려 한다.
아내분께서는 방전중이셨다 나는 빠르게 아내분을 꼬셔서 오름을 하나 더 오르기로 했다 제지기 오름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지난 1월에 내가 방문했던 오름이고 오름이 해발 100미터 정도로 매우 낮은 오름이라 금방 올라간다고 해서 수락을 받고 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보목동이라는 작은 마을 그리고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오름으로 우리 숙소에서는 대략 5~6킬로 정도밖에 안 해 부담 없이 이동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제지기오름 바로 앞에 도착하였고 적당한 곳에 주차를 했다 서울이라면 어딜 가나 주차문제로 씨름을 하는데, 제주도 특히 서귀포시는 그렇지 않아서 좋다.(내가 있는 시가지 쪽만 빼고 말이다) 그렇게 제지기 오름을 올르기 시작했다 아내분께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셨다 나는 무시하고 올라가자고만 했다. 낮다고 올라간지도 모르게 끝난다고 말이다. (실제로 내 기억에는 그랬었다)
그렇게 아내분을 끌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어? 왜 안 끝나지? 나의 기억력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해발 100미터 지만 생각보다 길었다
평지 기준 500미터 정도를 걷고서야 우리는 정상에 올랐고 정상에서는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가 들려왔다. 워낙에 낮은 오름이라 파도소리도 들릴 정도다. 그리고 정상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하긴 이 여름에 누가 땀을 내며 이런 곳에 올라오겠는가.. ^^
그렇게 정상에서 또 나는 좋은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시 빠졌다 제주도는 무언가 영감을 주는 땅인 거 같다 특히 오름은 말이다.
한동안 이곳에 앉아 있다가 우리는 하산을 하였고 그렇게 차를 몰아 숙소로 이동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이면도로에 주차를 잘 시켜놓고 집에 가서 우리는 씻고 빨래를 돌려놓고 나는 글을 쓰고 아내분께서는 요리를 하기 시작하셨다. 얼마간에 시간이 지나 뚝딱하고 요리가 완성되었다 바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 라볶이다. 정말 맛있게 냠냠 쩝쩝하고 아주 잠깐 쉬었다가 우리는 근처에 매우 매우 자애로운 에이 바우트 커피(올레시장점)로 이동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 당근케이크를 구매했다. 가격이 9700원이다. 정말 놀라운 가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벽 2시까지 운영한다고 해서 이곳으로 달려왔다 이렇게 장사하셔서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저렴했다 심지어 커피와 케이크의 맛도 괜찮다. 그렇게 우리는 이곳에서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으며 하루를 마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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